자전거 명상 1

김계희
2017-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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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Presence - Peace


거실에서만 빙빙 자전거를 돌리다가 폭우가 그친날 새벽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 동네만 잠깐 돌며 시승할 생각이었는데 안장에 오르자 내릴 수가 없었다. 중동과 상동 주택가를 돌며 골목을 구경하고 지산동으로 나와 또 주택가를 돌았다. 온갖 기분좋은 생각이 스쳤다.
거의 이십년만에 자전거를 탄 날,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내가 자전거를 탈 때 일종의 명상 상태에 이른다는 것을 알았다. 행복하고 평온하고 명랑하고 아름다움이 가슴속으로 가득 들어와 마음이 최고의 상태에 이른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니 어두웠던 사춘기 시절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성격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자전거의 힘이었던 것 같다.


단순치 않은 가정사로 어느날 낯선 환경에 처해졌고 그건 큰 충격이었다. 아침의 음울한 분위기 속에서 언제나 슬픈 마음으로 자전거에 올랐다. 오빠들은 일찍 외지로 떠났고, 나는 커다란 비밀을 안고 외로운 사춘기를 보냈다. 하지만 학교에 도착할 무렵이면 어느새 마음이 밝아져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때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면서 자연과 교감한 것 때문이었던 것 같다.


시골은 한겨울과 한여름을 제외하고 매일 매일이 새로운 공기와 새로운 풍경이다. 아침 저녁 달리지는 공기와 풍경, 가슴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너무나 사랑했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주는 영향을 잘알지 못했다. 아침 등교길은 태양도 뜨겁지 않았고 내리막길이 있어 좋았지만, 하교길은 뜨겁고 힘겹기만 하여 고된 기억이 많이 자리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오늘, 그때 내가 늘 이러한 상태에 있었다는 걸 깨닫고 커다란 감동에 젖어 들었다.
자전거를 타면 그냥 노래가 나온다. 그때 부른 노래는 평생을 불러도 다 부르지 못할거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린시절 마루밑에 숨겨둔 비밀 보물 상자를 이십년이 지나 우연히 되찾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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