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밥

김계희
2017-11-29
조회수 1011

작성일 2014.3



밥 먹으라는 소리에 일을 하다가 오분 늦게 나갔더니 엄마가 밥통에서 밥과 국을 꺼내서 식탁에 올린다.
내가 나오지 않는 그 몇분 동안 밥이 식을까봐 밥통에 넣어 두신거다.


몇달전에 내가 엄마에게 크게 상처되는 말들을 했다. 그게 후회되고 후회되는데도 부끄러워 잘못했다고 이야기 하지 못했다. 그러다 며칠 후 엄마가 학원을 가는 사이 전화를 해서 잘못했다고 말하면서 울었다. 엄마도 울었다. 엄마가 말했다. 엄마는 이제 감정이 무뎌서 괜찮지만 엄마가 죽고 나면 네가 한 말때문에 네가 얼마나 가슴을 치며 후회할지를 생각하면 그게 너무 가슴 아프다고, 네가 한 말 때문에 네 가슴에 평생 못이 박힌 채 살아갈까봐, 그걸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고 엉엉 울었다.


엄마가 밥통에서 꺼내온 밥을 먹으며,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따뜻한 밥을 먹고 살았구나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많은 세월을 겪으며 온순하고 천진하던 성정이 강하고 날카롭게 변한 점이 많지만, 내가 아직 어떤 순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이 따뜻한 밥 때문일거라고 생각되었다.
따뜻한 밥을 먹고 자란 사람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중간에 삐뚠 길로 가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것 같다. 엄마가 돌아가실때까지 이 밥을 계속 먹으면 나의 못된 점들도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이 밥을 많이 먹고 나는 다시 순한 성정으로 돌아오게 되리라 믿는다.


부엌에서 일하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아침은 따스하다.
엄마가 잠든 방의 공기가 내 방으로 스며드는 밤은 행복하다.
엄마의 헌신은 늘 나를 고무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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