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부르기

김계희
2017-11-27
조회수 708

작성일 2010년



노래를 배운다. 웃기지만 성악이다.
수성 광장 주민인지 광장 수성 주민인지 암튼 그런데서 공짜로 배운다.
잘 부르면 양로원 같은데로 노래 봉사도 다닐거라 한다.
조수미가 부른 <그리워>를 한번 불러 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좋아하는 노래다.

대학시절 성악을 배워 보고자 조카 피아노 선생님께 선생님을 좀 알아 봐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지난해는 가야금 하는 친구에게도 선생님을 수소문했다.
인터넷으로 성악배우기를 검색한 적도 있다.
얼마전 내게서 그림책을 배우던 분이 놀러 오셨다가 수성 광장 주민인지 광장 수성 주민인지를 이야기 하면서 성악을 배울 수 있다고, 무료로, 그것도 아주 좋은 선생님께, 라는 말을 들었다.
난 주저 없이, 같이 배워요. 난 꼭 배울거예요, 라고 말했다.
그런걸 보면 오랫동안 성악을 배우고 싶어 한것이 틀림 없다.


두해 전 여행에서 원형 공연장엘 간 적 있는데 소리가 잘 울려서 예전에 많은 공연들을 올렸던 유명한 곳이라고 했다. 그때 멀리서 노랫소리가 들려 왔는데 여행객으로 보이는 나이 드신 일본 여자분이 소리의 울림을 알고 싶어서인지 노래를 부르는 거였다.일이분 정도 짧은 시간이었는데 목소리가 청아하고 아름다웠다. 모두 박수를 쳤다. 참 멋져 보였다.


중학교 일학년때 교실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모여 조촐한 다과회 같은걸 한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 한 분이 한 아주머니를 가르키며 "노래 한곡 하시죠.'하면서 박수몰기를 했다. 젊고 세련되고 고상한 분위기가 나는 분이었다. 수줍어 하면서 시작한 노래는 중학교 음악책에 나오는, 나도 잘알고 있는 가곡이었다. 아줌마들은 뽕짝을 부를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노래가 흘러나오니 듣기 참 좋았다. 그런 자리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곡이었고 목소리였다.
성악을 왜 배우고 싶었을까 생각하면 그때의 일이 떠오른다. 그걸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나도 나중에 그런 자리에서 저렇게 노래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초등학교 오학년때 걸스카웃 캠프에서 내가 노래 하는걸 보고 엄마가 꾀꼬리 노래동산에 보내려고 한 적이 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과 평화가,평화와 행복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중학교때 새로 오신 음악 선생님에 반해 친구들과 떼거지로 합창부에 들어갔다.그전까진 학교엔 합창부가 없었다.학교의 교기는 핸드볼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핸드볼을 검색하면 아직도 선산 초등학교 중학교가 나올 정도로 학교는 핸드볼로 유명했다. 선생님이 얼마나 명랑하고 열정적인지, 그리고 난 그 선생님을 얼 마 나 사 랑 했 는 지, 선생님이 말한 것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상기하며 정말 열심히 노래를 불렀다. 내가 이렇게 온 마음을 다해 열심히 부르고 있는 걸 알고 계실까 하는 생각에, 선생님을 사랑하는 내 마음이 너무나 가슴 벅차 노래 도중에 목소리가 떨리면서 눈물이 나올뻔한 적도 있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연습해서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고 그날의 기쁨과 감격은 함께 했던 합창부라면 아무도 잊지 못할것이라고 생각한다. 무대에 올라 지휘를 시작하며 바르르 떨리던 선생님의 양복 바지가 아직도 선하다. 모두가 선생님을 사랑했다. 나처럼 모두가, 선생님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하지만 사실 난 노래를 잘 못부른다. 이것이 겸손에서 나온 말이라면 참으로 좋겠으나 난 노래를 잘 하는 편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중학교 때는 전체가 4학급이었으니 음치가 아닌 이상 원하기만 하면 누구나 합창부가 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때 내가 알토를 했는지 소프라노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선생님을 사랑했다.
초등학교때도 함창부를 했다. 종훈이라는 아이가 내 옆에 앉았었는데 남자 아이가 노래를 얼마나 잘하는지 그 아이에게 내 노랫소리가 들릴까봐 소리를 크게 못내었다. 종훈이는 꾀꼬리 노래동산에도 나갔다. 모두 하얀 원피스를 맞춰 입고 대회에 나가서 거의 골찌를 면하는 성적을 냈다. 그래도 집으로 돌아오면 옥상에 의자를 펴놓고 노래 연습을 했다. 음악책의 처음에서 끝까지를 거의 매일 불렀다. 저녁 어스름이 질때까지. 그리고 지금도 소년 함창단의 공연을 자주 보러 가고, 티비를 틀다가 합창 공연이 나오면 채널을 고정 시킨다.
합창단의 화음을 좋아한다.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그렇게 아름다운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것은 놀랍고 경이롭다. 그런걸 보면 내 삶이 노래와 전혀 무관한 삶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사고로 머리를 다치고, 사고가 난지 한달 후 친구들과 문안을 갔지만 선생님은 우리를 잘 기억하지 못하셨다. 우리를 너무나 귀여워하고 예뻐하던 분이셨다. 일년 뒤 학교에 복직하셨지만 선생님은 우리를 보고 별로 웃지 않으셨다. 그후로부턴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선생님의 표정없고 무심한 얼굴이 가슴 아파 음악실 근처에도 잘 가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교때 노래방이란데가 생겼는데 오랜만에 노래를 불러보니 내 목소리가 정말이지 형편없었다. 그때부터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난 노래를 잃었다.


월요일 아침 첫수업의 곡은 고향의 봄, 중학교때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데로 노래를 불렀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목소리가 잘 나왔다. 노래를 부르니 가슴이 뛰고 행복감이 뱃속 깊은 곳에서 부터 퍼져 나오는 것 같았다.오래간만에 행복하고 멋진 기분을 느꼈다.
겨우 열명 남짓한 인원에 나같은 아마추어로 구성된 팀이다. 하지만 언젠가 사람들 앞에서 화음을 맞추어 함께 노래 부를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저는 목소리가 좋지 않고 목소리가 올라가지 않는데도 노래를 배우면 잘 부를 수 있나요, 라고 물었더니,그럼요, 잘 부르게 됩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라고 대답하셨다.
지금 보다 훨씬 더.
내가 바라는 대답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