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김계희
2017-11-27
조회수 657

작성일 2009년


요즘은 오빠와 틈틈히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는 씨앗하나 없을 때에도 거짓 투성이 같은 희망에 대해 나누었고
지금은 십년 이십년 후의 확신에 대해 나눈다.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숨어 듣는다면 터무니 없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진정 그것에 대해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느니,
내가 또 한번 자라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은 생각에 나의 다짐을 담은 편지에
오빠에게서 긴 답장이 왔다.



...그래, 세상엔 자신의 한계를 넘어보는 것 이외에는 삶에 대한 해답을 줄수 있는 것은 없을거다. 그것은 네가 제일 경험해야 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다른사람의 됨됨이가 작고 서투른 것을 보는것 보다 네게서 작은 모습을 보는 것이 오빠는 가장 힘든 경험이다. 이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지만 너는 앞으로 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변화없는 너의 모습은 언젠가 너를 스스로 지치게 할것이다.이제 내가 집안은 살필수 있으니 너는 여행을 하거나 뭔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하길 바란다. 당분간은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열심히 하면 행운이 닥칠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니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는 말아라.

...세상에는 두가지로 세상을 도울 방법들이 있다. 그건 내 몸으로 한사람을 돕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큰 사업으로 더 많은 사람을 도울수 있게 되는 것이다.어느것이 옳다고 할수 없다. 그냥 네가 할수 있는 일을 해 나가면 되는거다. 아마 네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더 어려운 이들을 만나게 되면 네가 무엇을 해나갈 수 있는지도 알게 될거다. 그들이 굶주림속에서 태어났다고 슬퍼하지 말고, 네가 재능있게 태어났다고 자만하거나 부끄러워 하지도 말아라. 그 사람들이 있어서 우리가 안타까움을 배우고, 그들은 사랑을 깨닫게 되는것이다. 너도 한때 그런 배고픈 사람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잊지 말고 또 너도 언젠가 극단적 굶주림을 경험하도록 태어날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우리는 각각의 편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일들을 수행함으로 인해 또 한번 삶에 대해 배우는 것이다. 결국 너도,그리고 그들도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 뿐이다.

...이 삶은 결국 허구와 같다. 정해진 각본속에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면서 완벽을 추구할 뿐, 절대 완벽해 질수 없는 메트릭스와 같다.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 속에서 참되게 살려고 해라. 그러면 너는 하느님이 원하는 완벽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너의 삶도 수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왔고 앞으로도 너를 불쌍히 여길 수많은 사람들의 토론의 장소이다. 이곳에는 일등도 꼴찌도 없다. 그냥 열심히 올바른 길로 걸어갈 뿐이다.

...네가 새로운 삶으로 또 한번의 한계를 넘는 날 너는 또 다른 하나의 삶을 마주하게 될것이다. 그 삶은 네가 또 넘어가야 하는 더 큰 산 그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 큰 산을 그만 넘고자 했을때 너는 안주하고 삶을 마감하는 것이고 그것을 또 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또 한번 네 한계를 넘어야 한다. 아무리 넘고 또 넘어도 한계는 끝이 없고 너의 꿈도 끝나지 않을것이다. 결국 우리는 또 죽음을 향해 또 한발짝씩 더 다가가고 있는것이고, 세상에 보이지도 않는 티끌만한 흔적을 남기고 삶을 마감하는 것이다. 무엇을 얼마나 남겼는지 자랑스러워 하지도 말고 네게 다가온 한계 앞에 당당히 맞서 또 한번 넘어서는 용기를 가지고 계속 전진을 하라는 것이다. 그것은 네가 어떤 산을 몇개를 넘었느냐가 아니라 그냥 계속 해서 산을 넘었느냐로 밖에 판단될수 없는 삶이 가진 오묘한 진리일수 밖에 없다.

...나의 다리는 튼튼하고 정신이 건강해서 나는 엄마처럼 죽을때 까지 도전할것이라는 점에 확신을 가진다. 너도 내 항상 이야기 하는 것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어서어서 짐을 싸고 떠날 준비를 하라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우리는 더 큰 사람으로 만나 더 많은 일들을 해 나갈수 있을것이다.

동생아...그들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마라. 그들은 그들의 역할을 가지고 여기에 태어났다.
더 오래 산 사람들이 더 행복했다고 말하지 마라. 그들의 삶은 짧지만 강렬했을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무언가 분노와 죄의식을 남기는 것으로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서 나자신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다. 눈물을 흘릴수도 경제적으로 도와줄수도 같이 죽어 줄수도 있을것이다. 어느것 하나 잘못된 것이 없다. 자신이 해야하고 할수 있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완벽한 공동체를 꿈꾸며 미국으로 갔지만 결국 완벽함은 없다는 것을 알고 돌아왔다. 성장은 있지만 완벽함은 없다.한걸음 더 좋은 세상은 있지만 완벽한 삶을 꿈꾸지는 말거라. 그것은 네 내부에 존재하는 스스로에 대한 완벽함. 기쁨. 행복 그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네가 천명의 아이를 살렸다고 하더라도 너는 예전에 알지 못했던 수만명이 아이들의 죽음에 더 괴로워 할것이고 네가 너무 할수있는게 없다는 것에 좌절할것이고 지칠것이다. 네가 아무리 욕심을 내도 세상은 운명처럼 돌고 돈다. 지금 네 자신을 위해 할수 있고 해야하는 일들을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고 너를 기쁘게 하는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가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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