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다행이다

김계희
2017-11-27
조회수 748

작성일 2010년


한두달 사이 작은 마당이 정글처럼 우거졌다.담쟁이 덩쿨을 걷내느라 오후를 보낸다.
측백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번져가는 덩쿨들은 이맘때 손봐 놓지 않으면 후에 일이 많아진다.
담을 가득덮은 덩굴들은 여름동안 보고 즐기려고 그대로 둔다.
걷어낸 덩쿨들은 얼마나 생명력이 질긴지 뿌리채 뽑더라도 그대로 두면 다시 뿌리를 내리기에
마당에 두고 이틀 말렸다가 나무 아래에 던져 두어야 한다.
열매가 맺히기 시작한 포도송이들을 얼마전 좀 잘라주었더니 지난해 보다 열매가 굵게 영글었다.
살구가 잘 여물고 있나해서 마당 한구석으로 들어갔더니 수풀아래 새끼 고양이 한마리가 숨어 있다.
도망을 가지 않고 가만히 있는 고양이가 이상하여 가서 만져 보았더니, 야생화를 키우는 기왓장 받침대에 목이 끼어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틀전부터 작업방 창 아래서 밤낮으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이상하긴 하였지만,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혼자서 이틀동안 있으면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목은 또 얼마나 말랐겠으며, 그걸 보고도 어쩌지를 못하는 어미는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루만 더 늦었다면 목이 말라 죽었을지 모를 일이다.
동네 가게 문을 두드려 쇠톱으로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별 수가 없어 생각 끝에 고물상으로 갔더니
다행히도 한번 끙!하니 챙강!하고 잘리는 대단한 연장이 있었다. 만세!


지난해도 새끼 고양이가 창고 문틈에 목이 끼인 채 죽었다.
그 어미로 보이는 고양이는 두어달 전 집앞 골목에서 차에 치여 피범벅이 되어 죽었다.
집이 없는 고양이들이니 이런 저런 이유로 자주 죽는다.
굶어 죽고, 목말라 죽고, 차에 치여 죽고, 목이 끼여 죽고...몇해동안 이 집에서 고양이의 죽음을 여러번 보았다.
지난해 죽은 새끼 고양이는 놀이터 나무 아래에 묻었고.다른 또 한마리는 이층집 아저씨가 묻어주었다.
버둥거리면서 달아나려는 고양이를 안고 집으로 걸어오면서이 마치 조카 진서와 진건이처럼 생각되어 애처로왔다.
세상의 많은 아이들도 이런 새끼 고양이들처럼 굶어죽고 목말라 죽는다.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 믿지않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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