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구순기씨

김계희
2017-11-27
조회수 757

작성일 2010년



엄마의 이름은 구순기다.
학원에 가면 비슷한 연배끼리 서로 이름을 부르고 선생님들도 이름으로 호명한다고 한다.
어릴적에 잡지에 연재됬던 유명한 만화가 있었는데 주인공의 친구 이름이 순기여서
나는 엄마 이름이 유명한 이름인것에 자랑스러움을 느꼈었다.


"그런데 이름을 불러주니까 기분이 좋아..."
그 말을 들으니 가슴이 짠했다.
다른 엄마들처럼 엄마도 이름을 잊고 살았다.
엄마 이름은 엄마만 아는 거였다.


나이가 팔십이 가까우면 표정도 없어져 멍청이가 되는줄 알지?
그런데 아니다. 그 나이에도 그들만의 로맨스가 있고 열정과 로망,
딸랑딸랑 은마차가 달리고, 지붕위의 바이올린도 있다.
그리고 구순기라는 이름도 있다.
언제 껍질이 두꺼워 지는지 언제 잎을 터는지 알수 없겠지만
봐, 이름을 불러주니까 기분이 좋대잖아.


요즘은 가끔 "엄마" 대신 "구순기씨!" 하며 엄마를 부른다.
그렇게 하니까 엄마가 엄마로서의 삶만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이해하고 존중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생기는 것 같다.
"구순기씨!"라고 부르니까 우리집에 엄마외에 또 한 사람이 같이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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